물건을 고를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보시나요? 다양한 기준이 있겠지만 대부분은 ‘가성비’가 결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요? 다시 말해, 고만 고만한 물건들이라면 그중 저렴한 가격을 선택한다는 겁니다. 그러나 비쌀수록 잘 팔리는 경우도 있지요. 샤넬 같은 명품은 고가임에도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습니다. 이처럼 비싼 가격을 오히려 더 선호하는 현상을 베블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합니다. 이번글에서는 베블린 효과의 정의와 사례를 살펴보고, 이 현상에 대해 고찰해 보겠습니다.
베블린 효과의 정의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르면 가격이 오르면 수요는 감소해야 합니다. 그러나 가격이 오르는데도 오히려 수요가 증가하는 현상을 종종 발견할 수 있습니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을 때 가격표에 0을 하나 더 추가하면 잘 팔린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는데요. 이는 비싼 제품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과소비 형태가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비싼 물건을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낸 자각 없는 소비행태가 있다는 거지요. 대표적인 예가 명품입니다. 가방이나 옷 자체의 품질이 좋아서라기보다는, 남에게 과시하고 싶은 욕망 때문에 명품에 값비싼 대가를 지불하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사람들은 명품을 보고 나의 재력과 사회적 위치를 알아볼 것이라 믿는 것이죠.
베블린(Thorstein Veblen)이라는 미국의 학자는 저서 ‘유한 계급론’에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를 “상류 계급의 소비는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행해지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인간의 업적을 평가하는 기준이 잘 못되었음을 꼬집었습니다. 돈의 많고 적음으로 성공을 평가하는 황금만능주의를 비판한 것이지요. 부자들이 자신의 성공을 과소비로 표출하고, 빈곤한 사람들은 이를 동경하고 따라 하려는 세태를 풍자했던 겁니다. 그 후로 비싼 물건이 비정상적인 인기를 끄는 현상을 베블린 효과(Veblen effect)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베블린 효과 사례
베블린 효과 사례를 알아보겠습니다.
2006년, 빈센트 앤 코(Vincent & Co.)라는 시계 브랜드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가격이 무려 억대에 이르는 시계를 선보인 것이지요. 정상적인 사고를 한다면 시계에 그만한 비용을 지불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하지만 유럽왕실에만 공급하던 시계라는 홍보가 명품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구매욕구를 자극했습니다. 당시 유명세를 떨치던 연예인들을 활용한 마케팅도 허영심에 물든 사람들을 현혹시키는 데 한몫 톡톡히 했고요. 그 결과 엄청난 가격임에도 여러 사람들이 그 시계를 구입했습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빈센트 앤 코는 존재하지 않는 브랜드이며, 그 시계들은 국내에서 제작한 싸구려 제품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고작 8만 원짜리 시계에 여러 사람들이 농락당했던 이 사건은 베블린 효과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습니다.
다음은 부동산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지금은 고금리와 불황의 여파로 침체기를 겪는 중이지만, 얼마 전만 하더라도 ‘명품 집’에 대한 선호 심리가 무척 높았습니다. 비싼 아파트일수록 잘 팔렸던 것이죠. 20평형 대임에도 분양가 20억을 넘는 청담동의 초고가 아파트가 모델하우스가 오픈하자마자 완판 되어 큰 화젯거리가 되었습니다. 집이 사회적 지위와 부의 표현 수단으로 사용되어, 사람들의 과시욕을 부추긴 것으로, 부동산에도 베블린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은 아동용품 시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례입니다. 저출산 현상으로 아이가 한 명, 많아야 두 명인 가정이 대부분입니다. 그러다 보니 왕자님 또는 공주님처럼 귀하게 대접받는 ‘골드 키즈’가 많아졌지요. 골드 키즈를 양육하는 학부모 간의 경쟁은 명품 아동용품의 유행을 가져왔습니다. 어느 한 유명 키즈명품은 재킷 하나만 해도 백만 원을 훌쩍 넘는데, 이 정도 가격은 주위 시선의 과도하게 의식하는 부모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그 회사의 매출이 전년대비 200% 이상 급증했다는 보도를 접했습니다. 아이의 외양으로 자신의 사회적 위치와 경제력을 과시하고 싶은 욕망이 만들어낸 베블린 효과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례로 본 베블린 효과 현상 고찰
경제학에서는 인간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베블린 효과의 사례는 인간의 심리는 비합리적인 욕망에 의해 움직이기도 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베블린 효과를 이용한 마케팅 전략 논의가 뜨겁습니다. 그러나 베블린 효과에 의한 과소비는 여러 가지 폐해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아무런 명분 없는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소비자입니다. 또한 빈부격차로 인한 위화감이 심화되는 사회적 문제로 발전될 위험성이 높습니다.
최근에는 이런 베블린 효과 현상에 대해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른바 ‘반(反) 베블린 족’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가성비를 꼼꼼히 따지며 과소비를 멀리하고 합리적인 지출을 추구한다고 합니다. 값비싼 상품을 소비하는 것으로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려는 것은 소비 수준이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고 믿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입니다. 과시 욕구는 인간의 어쩔 수 없는 본능일 수 있으나 자칫 과소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평범한 나의 생활과 화려한 타인의 삶을 비교하자면 자칫 상대적 박탈감에 빠지기 쉽습니다. 다른 이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마세요. 명품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합리적으로 생각하여 결정하는 소비습관! 이 것만으로도 우리의 생활 자체가 명품이 될 있다는 것을 믿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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